우리는 왜 수백 년 된 이 책들을 출간하는가!
16세기 서양은 신대륙 발견과 프란시스 베이컨의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출발한 시기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서양의 과학 발전은 그 후 문명의 전 지구적 전환을 초래한다.
오래 전부터 근대 서양 과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들여다본 결과 알게된 사실은, 근대 서양 과학의 발전은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동판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과학자들 의 사실적 연구를 추동(推動)했다는 것이다.
그 무렵 다양한 분야에서 탄생하기 시작한 근대의 과학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만을 담은 논문이 아니라, 자신의 과학적 탐구를 실제로 드러내기 위해 독창적이고 놀랄 만한 책자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근대 해부학의 아버지인 베살리우스의 창의적인 해부학 서적이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출간되어 유통되고 있는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는 그 존재 여부조차 아는 독자가 드물다는 사실을 그냥 넘길 수 없
었다.
그리하여 근대 건축학, 동물학, 식물학, 광물학, 야금학(冶金學), 물리학, 천문학 등을 연구하고, 그 무렵에는 값비싸지만 놀라운 인쇄술을 이용해 책자로 출간한 선구자들의 성과물을 대한민국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기로 다짐했다.
《사람 몸의 구조》는 근대 해부학의 아버지인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1514-1564)가 남긴 놀라운 해부학 저서다. 그는 단순히 사람 몸의 내부를 그리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골에 표정을 입힌 창조적 예술과학자였다. 오늘날의 예술+과학이라는 융합학문을 그는 500년 앞서서 표현했던 것이다.
《자연의 예술적 형상》은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켈(1834-1919)의 저서다. 이 책은 이미 원숙기에 접어든 서양 과학이 낳은 새로운 산물로, 베살리우스의 융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헤켈 스스로 붙인 제목 그대로 ‘자연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놀라운 성과물이다.
도서출판 그림씨는 문명의 선구자들이 남긴 성과물을 이 땅에 소개하면서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었다.
먼저 도서정가제 출범 이후 급격히 오른 독자의 도서구입비를 가능한 절감시키도록 한다. 또한 책을 출간하고 독자가 그 책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독자가 먼저 다가올 만한 책의 물성(物性)을 발전시키는 것이 출판인의 소명인 시대다.
그 결과 우리는 이전에 찾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도서(합지누드제본, 서점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를 11,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기로 하였다.
우리의 진심이 시대에 전해져 뜻한 바 50종 출간이 가능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8년 2월 19일 <한겨레> 광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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