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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고 및 칼럼/3) 한겨레 칼럼(2015)3

[한겨레]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70명이 10년 바친 책, 6만원도 싸다, 2015년 8월 13일자.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중국사상문화사전 미조구치 유조 엮음, 김석근·김용천·박규태 옮김/책과함께 펴냄(2011) 70명 가까운 학자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기획, 집필, 완성하여 출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 내용이 자신들의 문화·사상·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면, 작업의 난이도를 넘어, 꼭 필요한 일인가라는 반문을 당하기 십상이리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작업에 10년 가까운 세월을 투여했다면, 그리고 그 작업의 대상이 되는 문화·사상이 자신들과 적대적이면 적대적이지 우호적일 리 없는 나라의 것이라면, 반문을 넘어 비난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학문이란 그런 것이다. 시간, 공간, 적의, 우호, 효율, 성과, 인정 같은 단어는 뒤로 넘기고 오직 지성의 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삶을.. 2019. 9. 25.
[한겨레]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소설은 뜨겁고 역사는 차갑다, 2015년 10월 8일자.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산성일기-인조, 청 황제에게 세 번 절하다 작자 미상, 김광순 옮김/서해문집(2006) 나라가 망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무엇보다도 지도층의 능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조선 제16대 왕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고작 사십여 일을 버티다 성을 버리고 나와 청 황제 앞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바닥에 찧는 수모를 겪었다. 조선이 망한 것은 아니라고? 그렇다면 히로히토가 이끌던 제국 또한 두 방의 원자폭탄을 맞고도 ‘일본’이라는 국명은 살아남았으니 ‘일본 패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리라. 한겨레로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백성이라면, 그 순간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기에 연전에 낙양의 지가를 올린 김훈의 소설 에 .. 2019. 9. 23.
[한겨레]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2015년 9월 10일자. 정승구 사진·글/아카넷 펴냄(2015) 서점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책을 파는 곳인가, 문화를 전달하는 곳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인터넷 서점을 위해 진열장 구실을 하는 곳인가! 아니다. 서점은 좁게는 한 고을, 한 도시, 넓게는 한 나라, 궁극적으로는 문명의 기록을 보관, 확산시키는 요충이다. 그런 까닭에 서점이 없는 고을, 도시는 문화의 사막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서점이 없는 고을에서 사는 데 익숙하다. 하기야 아무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문명을 힘들여 캐내려는 자가 웃음거리가 되는 사회에서 누가 책을 거론하겠는가. 한 개그맨 말마따나 ‘그저 웃고 떠들며 히히덕거리며’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언론, 사회, 위정자들 틈에서 살아남기에 서점의 생명력은 너무도 미약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서점이 존재한.. 201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