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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3) 2011~2020

장서표 100, 그림씨, 2018[기획집단 MOIM].

by 양웬리- 2019. 9. 25.

장서표는 책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책 표지 안쪽이나 면지에 부착하는 표식이다. 영어로는 Bookplate, 라틴어로는 Ex Libris라고 한다. 장서표에는 장서가의 이름과 '...이 장서에서'라는 뜻의 Ex Libris를 넣는다. 거기에 장서가가 좋아하는 격언이나 경구, 제작연도 등을 표시하고 문장이나 미술적인 도안을 더하여 판화 기법으로 인쇄한다. 크기는 일반적으로 5~6cm 이지만 작게는 우표, 크게는 엽서 사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양에서는 별도의 종이에 판화를 찍어 책에 붙이는 장서표를 사용한 반면에, 동양에서는 책에 직접 찍는 장서인을 주로 사용하였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서표는 요하네스 크나벤스베르크의 필사본 원고에 삽입된 것이다. 1450년에 제작된 이 장서표는 꽃을 입에 물고 있는 고슴도치가 그려져 있다.

초기에는 책이 매우 비싼 물건이었으므로 소수의 귀족들과 수도원에서만 소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주인이 책 안쪽 면지에 직접 쓰거나 주로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 그리모가 장식을 곁들인 경구와 이름을 넣는 단순한 형식으로 자신의 소유를 표시하였다. 활판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이후에는 책이 대중에게도 보급되었으므로 장서표의 수요도 많아졌다. 장서표 역시 판화를 이용해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부착할 수 있는 작은 형태가 일반화되었다.

장서가 층이 두터워지면서 도안의 내용도 초상, 서가의 모습, 도서관 전경, 풍경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루이 15세 치치하 프랑스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는 우의적 내용이 담긴 장서표도 증장했다. 19세기에는 삽화가들과 장식예술가들이 화려한 무늬와 장식으로 꾸민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고, 장서표만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디자이너도 생겨났다.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화려한 장식과 누드 인물을 사용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점차 디자이너의 독특한 화풍에 곁을여 장서가의 직업과 취향이 반영된 개성적인 장서표가 나타났다.

 

현대에는 장서표를 예술 작품으로 취급하여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장서표 컬렉션이 전시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장서가의 개성이나 제작자의 예술성이 잘 드러난 작품 100점을 선별하여 실었다. 장서표에 표현된 장서가의 직업이나 개성을 추측해 보고 제작의 숨겨진 서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나만의 개성있는 장서표를 만들어 서가를 더욱 의미있는 공간으로 꾸며 보길 바란다.